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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리얼돌, 윤리도 리얼하게 / 신승근

등록 2021-01-25 18:13수정 2021-01-26 02:12

‘리얼돌’은 사람과 크기가 같을 뿐 아니라 신체 특정 부위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섹스돌’로 부르기도 한다. 연예인이나 주변의 실존 인물 형상을 본떠 주문 제작한 리얼돌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리얼돌의 시초는 17세기 네덜란드 선원들이 오랜 항해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헌 옷으로 만든 인형으로 본다. 일본에선 ‘더치(네덜란드) 와이프’로 부르며 사들였다. 1908년 고무 등으로 남녀 등신대를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고, 1970년대엔 라텍스, 실리콘 등을 이용해 실제 인간과 같은 질감을 구현하려 했다. 1996년 미국의 어비스 크리에이션스가 ‘리얼돌’이라는 상표를 출시했고, 2010년 이후엔 중국이 티피이(TPE·Thermo Plastic Elastomer)라는 합성 고무로 재질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현재 전세계 리얼돌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대부분 나라에서 리얼돌을 제작·판매·유통하는 건 합법이다. 한국 역시 전문 제작업체가 존재한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선 미성년자 신체를 본뜬 리얼돌은 엄격히 금지·처벌하는 추세다. 미국은 2018년 아동 형상 리얼돌 수입금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캐나다도 18살 미만 리얼돌을 성적 가해로 엄벌한다.

한국은 논란을 반복한다. 2014년부터 여성단체,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제작·유통·수입을 전면 금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2019년 대법원은 “물품이 상당히 저속하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관세청의 리얼돌 통관 보류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중국에서 리얼돌을 수입하려던 또 다른 업체에 김포공항 세관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불복한 재판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김포세관장에게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20년 올해의 작가상’ 후보작으로 선정한 정윤석 작가의 다큐멘터리 <내일>이 논란이다. 리얼돌 생산 및 리얼돌과 살아가는 이들을 다룬 이 작품 전시가 19일 시작되자 일부 관객이 여성혐오를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 작가는 “인간다움이 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표현의 자유, 예술의 실험정신을 강조하며 맞선다. 이제 리얼돌에 대한 윤리 기준을 리얼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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