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첫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 협의체로 불리지만 4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코로나19 협력 등을 강조했다.
애초 쿼드를 만든 목적도 중국 견제가 아닌 쓰나미에 대한 인도적 협력이었다. 2004년 12월 4개국이 동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복구 협의를 위해 ‘쓰나미 코어 그룹’을 꾸렸다. 2007년 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도 의회 연설에서 4개국 안보 대화(쿼드)를 제안했다. 당시 중국이 미얀마 등 인도양 주변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면서 인도양 진출의 전략 거점을 마련하려 했다. 4개국 안보 대화는 이에 맞선 대응이었다.
하지만 쿼드를 꺼낸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 사임하고,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그해 12월 실각하면서 쿼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일본은 쿼드 불씨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베 총리는 집권 2기를 앞둔 2012년 12월 발표한 ‘아시아의 민주주의 안보 다이아몬드’에서 “남중국해가 급속히 베이징의 호수로 변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4개국이 집단 안보를 통해 부상하는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지도에서 미국, 일본, 인도, 호주를 선으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를 닮았다. 이 모양을 따서 ‘민주주의 다이아몬드’란 쿼드 별칭이 나왔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면서 쿼드가 다시 국제사회에 등장했다. 쿼드는 미국이 소련을 압박하기 위해 만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빗대 ‘아시아의 나토’로 불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해 10월 “이른바 ‘아시아판 나토’가 추진된다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의식해 지난 12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보좌관은 첫 쿼드 정상회의 뒤 “근본적으로 중국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며 “쿼드는 군사 동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쿼드에 참여한 4개국이 중국 견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나라마다 정치·경제 상황이 달라 대중국 전략은 상이하다. 쿼드가 나토 같은 다자안보기구가 될지 지역 협의체에 머물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권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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