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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중국과 미국, ‘선의의 경쟁’ 가능한가? / 리팅팅

등록 2021-03-14 17:24수정 2021-03-15 02:40

리팅팅 ㅣ 중국 베이징대 교수

중-미는 오는 18~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고위급 대면회담을 연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전략 계획은 이미 윤곽이 드러났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화에 나선다. 양쪽이 서로의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양국관계 관련 정책을 평가·수립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중-미 관계를 ‘전략적 경쟁’이란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때에 비해 두 가지 점에서 이성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을 ‘최대 경쟁자’로 규정하고 전반적으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적으로 여기지는 않고 신냉전을 조성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또 외교와 동맹 복원을 통해 대중국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둘째,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중-미 관계를 전략적 경쟁이란 각도에서 접근하지 않지만, 최근 양국 간 경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태도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폐막한 양회 기간에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미 관계를 언급하면서 ‘구동존이’를 주장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갈등을 관리하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더해 “중-미 간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공평하고 공정한 기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은 국제관계에서 충돌과 협력의 중간지대에 있는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상태다. 특히 중-미 경쟁의 핵심은 경제력과 통치능력이며, 이는 제로섬 식으로 서로를 배제하고 어느 한쪽 편들기를 강요하는 전통적인 패권 경쟁과는 다를 수 있다. 위와 같은 양국의 최근 정책 조정은 중-미가 더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선의의 경쟁’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을 제공해준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쪽의 정책적 차이는 물론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갈림길에 선 중-미 관계의 방향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여타 국가에 가해지는 편가르기 압박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왕이 부장은 지난해 7월 중-미 싱크탱크와 한 영상포럼 축사에서 중-미가 협력, 대화, 갈등관리 등의 문제에 대한 3가지 목록을 작성해 분야별로 관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협력 목록’은 중-미가 양국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협력이 필요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사항으로, 다른 문제와 무관하게 적극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대화 목록’은 이견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한 문제로, 가능한 한 빨리 기존 대화 채널과 플랫폼으로 다뤄야 한다. ‘갈등관리 목록’은 일부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구동존이의 정신을 바탕으로 통제·관리해 양국관계에 끼칠 충격이나 파장을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대면회담은 양국이 3가지 목록 작성을 위해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블링컨 장관이 이번 회담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는 최근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 가치관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대한 우려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 간 극명한 견해차가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이번 회담에서 갈등관리 의제를 논의할 때 자국의 우려를 제기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핵심이익을 명확히 밝히고 ‘레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다.

중-미 간 문제가 한번의 대화로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양쪽이 상대방의 정책 의도를 파악하고, 오판을 피하고, 각 분야의 의제에 대한 처리 원칙에 공감대를 이룬다면, 양국 간 선의의 경쟁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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