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라 군대 작전 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 2006년 12월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예비역 군 장성을 “직무유기자”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북한 핵 개발에 북폭론을 제기한 미국의 강경파, 북한 정권 붕괴 등에 대비해 독자적 작전권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노 전 대통령은 천신만고 끝에 2006년 9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전작권 환수 추진’에 합의했다. 그런데 예비역 장성들이 결사반대하자 폭발한 것이다. 결국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17일에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합의를 끌어냈다. 주권국 군대의 면모를 갖추려는 결단이었다.
보수세력은 합의를 뒤엎으려고 끈질기게 저항했다. 전쟁 억지가 어렵고, 핵우산 보장도 곤란하고, 미군 지원이 불투명하다는 등 온갖 핑계를 동원했다. 한국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기비하의 극치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5년 12월1일’로 환수 시기를 3년 늦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초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과 ‘2015년 전작권 환수’도 거듭 확인했다. 그런데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이유로 2014년 10월 미국과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며 재연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발발 19일 만인 1950년 7월14일 작전지휘권을 유엔사로 이관했다. 일부 장성이 전선을 이탈한 당시 국군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불가피했을 수 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떠날 것을 우려한 이승만 정부는 1954년 11월17일 한-미 합의의사록 제2항에 “국제연합사령부가 대한민국 방위를 위해 책임을 분담하는 동안 국군을 연합사의 작전통제하에 둔다”고 명시했다. 전시·평시 작전권을 미군에 넘긴 것이다.
국력이 성장하면서 작전권 환수 요구도 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12월1일 60년 만에 평시작전권을 환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석달 뒤인 지난 2017년 8월 국방부 핵심정책 토의에서 “막강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독자적 작전능력에 대해서 아직 때가 이르다고 하면 어떻게 군을 신뢰하겠는가”라고 군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똥별 비판’을 11년만에 소환한 듯했다. ‘임기 내 환수 조건 확보’를 위해 지난 4년간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부었다. 그런데 지난 18일 한국을 찾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조건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사실상 어렵다는 미국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에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19일 “진정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전작권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환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면 전환요건을 추상적인 ‘조건’이 아니라 ‘기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때 처럼 미국에 환수 날짜를 못 박자고 요구한 것이다. 서글픈 한국군, 언제쯤 온전한 주권 국가의 군대가 될 수 있을까.
신승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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