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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별점 매기기 / 구본권

등록 2021-03-28 16:18수정 2021-03-29 02:10

‘별점’(★)은 19세기 영국의 여행작가 마리아나 스타크가 1820년 펴낸 <유럽대륙 여행가이드>에 여행지의 매력도를 표시하는 데 사용한 게 효시다. 1926년 프랑스 미슐랭타이어가 구매 고객에게 식당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를 나눠준 게 별점 대중화의 계기다. 미슐랭이 매긴 식당 별점 평가는 전문성과 독립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미슐랭 가이드>는 유료책자가 됐고, 미슐랭 별점 3개는 최고 맛집의 징표로 통했다. 이후 별점은 호텔, 책,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보편적 평가 방식으로 확산됐다.

무수한 콘텐츠와 상품이 경쟁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별점이 쓰이지 않는 영역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는 올 하반기부터 ‘맛집 별점’을 없애기로 했다. 경쟁 업체나 악의적 사용자에 의한 ‘별점 테러’ 피해가 크고 정확도가 낮다는 게 배경이다. 이용자 별점 대신 이용자 후기에서 인공지능이 추출한 키워드로 ‘태그 구름’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5점 별점 평가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무엇보다 표본이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별점을 남기는 사람은 일반적 이용자가 아니라 매우 만족했거나 그 반대의 경험을 했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체조와 피겨스케이팅 등의 채점에서 최저점과 최고점을 배제해 의도적 편향을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별점은 인터넷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지표다. 소수 전문가가 맡아오던 역할을 다수가 대체하면서 참여와 평가는 다양해졌다. 누구나 별점을 매기는 힘을 갖게 됐고, 이용자는 구매에서 상품 안내나 전문가의 추천보다 ‘내돈내산’ 후기와 평점을 더 중시한다. 정보가 늘어나면 추천과 평가에 더욱더 의존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인덱싱과 추천알고리즘 능력이 정보기술기업의 본질경쟁력인 이유다.

실명의 전문가에 의존해 작동하던 별점 시스템을 인터넷의 익명 이용자들에게 그대로 확대적용한 결과 편리함이 늘어나고 강력한 수단이 됐지만 ‘별점 테러’와 같은 어뷰징도 생겨났다. 200년 역사를 지닌 별점을 대체할 인공지능과 인터넷 환경의 새로운 평가 방법이 궁금하기도 하다. 무엇이건 상황이 바뀌면 달라진 상황에 맞게 고쳐 쓸 때 애초의 정확도와 유용성이 구현된다. 그렇지 않으면 악용하는 세력을 막을 수 없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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