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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바이든 100일은 왜 루스벨트에 비교되나

등록 2021-05-10 16:40수정 2021-05-11 02:07

바이든 정부 100일은 현재 위기의 핵심인 불평등과 양극화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처방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민주당 정부의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나려는 전략과 짝을 이룬다. 임기를 1년 남긴 문재인 정부에 바이든의 100일은 너무 늦은 처방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연방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연방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정의길 칼럼] 정의길 ㅣ 국제부 선임기자

지난 4월29일로 취임 100일이 지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을 환골탈태시키려는 것이라고 언론들은 평가한다.

취임 100일 동안의 지표를 보면, 바이든은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오히려 뒤처진다. 여론조사 종합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바이든 지지율은 7일 현재 54.1%이고 취임 이후 60%를 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는 취임 직후 65%에 달했고, 60%대 지지율이 6월 중순까지 유지됐다. 조지 부시도 취임 후 60%를 유지했다. 취임 100일 동안 치적을 평가하는 척도인 법안 통과 건수는 11개이다. 트럼프는 21개, 오바마는 14개, 부시는 7개, 클린턴은 22개였다.

취임 100일이 대통령 평가 지표가 된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때문이다. 루스벨트는 100일 동안 대공황에 맞서는 76개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전범을 세웠다. 그는 1933년 7월24일 라디오 연설에서 “첫 100일”이라는 조어를 선보였다.

그런데 바이든은 지금 루스벨트와 비교된다. 미국이 처한 상황 때문이고, 그들이 내놓은 처방 때문이다. 루스벨트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대공황에 직면했다면, 바이든은 지난 30년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든 불평등이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로 심화된 상황에 처해 있다.

루스벨트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확대한 뉴딜 정책을 내놓았듯이, 바이든은 취임 이후 모두 세차례에 걸쳐 6조달러(67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지출안을 내놓았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이후 기조인 작은 정부, 감세, 균형재정을 큰 정부, 증세, 확대재정으로 바꾸고 있다.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와 감세에서 중하류층의 복지 확대와 증세로의 큰 전환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극단적으로 당파화된 정치 문화, 특히 공화당 지지층의 다수는 아직도 그의 당선을 부정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의 대형 지출안 중 첫번째인 1조9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구호 계획’에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한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이든의 국정 운영이 삐걱거리는 소리는 없다. 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만의 표로 통과된 ‘미국 구호 계획’은 여론조사에서 전체 유권자의 77%, 공화당 지지층에선 59%의 지지를 얻었다. 공화당이 바이든의 국정 의제에 대한 반대를 고리 삼아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쟁화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현재 미국과 자본주의 위기의 핵심인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처방을 내놓고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 정부가 빠졌던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나려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1960년대 68혁명 이후 선진국의 진보·자유주의 세력들은 소수자와 약자 집단의 동원에 주력하는 정체성 정치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필요하고 당연히 관철돼야 하는 의제이나, 중하류층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노력이 결여되면서 ‘문화전쟁’이라는 큰 역풍을 야기했다. 백인 중하류층의 트럼프 지지와 당선이 이를 보여줬다.

바이든은 돋보이려는 이벤트를 자제하며, ‘졸린 조’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소수집단, 총기, 임신중절 등 문화전쟁을 부르던 사안들에 대해 극히 ‘로키’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 어느 행정부보다도 소수인종과 여성, 진보 인사를 각료로 많이 기용했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바이든 100일의 핵심은 6조달러 지출안과 그 내용임에도 공화당은 이를 애써 외면한다. 공화당은 지지층인 백인 중하류층들이 이 사안을 지지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화당 내부에서 문화전쟁이 벌어진다. 트럼프의 선거 부정 주장을 비판한 리즈 체니 하원의원의 당직 박탈 문제를 놓고 싸움을 벌인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인종주의 논란으로 책 출판을 중지한 그림책 작가 닥터 수스 논란, 캐릭터 완구인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에서 젠더 포용성을 넓히기 위해 ‘미스터’를 뺀다는 결정 등에 더 관심이 높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6조달러 지출안 등 불평등 개선안이 부작용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소수집단에 초점을 맞춘 정체성 정치와 문화전쟁을 지양하고, 불평등 해소에 정면으로 맞서는 처방안을 내놓으며 백인 중하류층들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정체성 정치의 목적인 ‘다름’을 인정하고 ‘평등한 몫’ 배분을 위해서도 이제는 대중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제2의 뉴딜’, 이를 위한 ‘제2의 뉴딜 동맹’이 필요한 때이다.

10일로 임기를 1년 남긴 문재인 정부에 바이든의 100일은 너무 늦은 처방인가?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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