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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거짓말

등록 2021-06-06 17:15수정 2021-06-07 02:06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거짓말의 기준 세 가지
. 사실이 아닐 것. 자신이 믿는 것과 하는 말이 정반대임을 알고 있을 것.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을 것. 이 중에서 한두 가지가 빠지면 착각이거나, 실수, 기억의 오류, 아니면 농담이나 과장이다. 속이려는 목적과 수법에 따라 위로의 거짓말, 달콤한 거짓말, 면피용 거짓말, 추악하고 악의적인 거짓말 따위가 있으려나.

좋게 보면 거짓말은 상상력이다. 누구나 하루에 200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나처럼 과묵한(!) 사람이라면 두 마디 중 한 마디는 거짓말인 셈이다. 거짓말을 피할 길이 없다. 모든 언어에 만약이라는 가정법이 있고, 그 가정이 과거(‘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만들어졌더라면’), 현재(‘만약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미래(‘만약 손실보상금을 준다면’)를 넘나드는 걸로 봐서, 거짓말은 상상력의 열매다.

다행히 거짓말은 상호적이다. 말 자체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 손으로는 손뼉을 못 치듯, 동의하고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 그 동의는 대부분 듣는 사람 속에 있는 크고 작은 욕망 때문이다. 채우고 싶은 무엇, 사리사욕, 심신의 안위, 명예와 권력의 획득, 인정 욕구, 또는 현실 극복 의지일 수도 있다.

요사이 절실히 느껴지는 건 이런 거다. 거짓말인 게 뻔히 보이는데, 당사자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걸 아는지, 아니면 그의 굳건한 신념인지 당최 모르겠다는 거다. 마음속에 두 갈래의 말이 있을까? 갈라진 목소리가 없다면 그는 무오류의 언어를 가진 거다. 이런 사람은 사기꾼보다 무섭지만, 10원짜리 한 장보다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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