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1일1농 합시다

등록 2021-06-13 17:35수정 2021-06-14 02:39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마을 꼬맹이들이 초승달을 쳐다보며 왜 저렇게 생겼냐 묻는다. “하나님이 쓰는 물잔이라 목이 마르면 물을 부어 마신다”고 했다. “정말요?”(이게 끝이면 좋으련만, 엄마한테 달려가 ‘엄마! 하나님이 초승달로 물을 따라 마신대’라며 일러바친다. 헉, 잽싸게 피신.)

인간의 본성 중에서 좋은 게 하나 있다. 뭔가를 ‘잘 못하는 능력’이다. 잘할 수 있는데도, 잘 못하는 능력. 가장 빠른 길을 알면서도 골목길을 돌아 돌아 유유자적하는 능력. 방탄소년단 수준의 춤 실력이 있지만 흥을 돋우려고 막춤을 추고, 더 먹을 수 있지만 앞사람 먹으라고 젓가락질을 멈춘다. 당신도 목발 짚은 사람이 있으면 앞질러 가기가 미안해 걸음을 늦출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능력을 덜 발휘하지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새들은 최선을 다해 울고, 고양이는 있는 힘껏 쥐를 잡는다. 너나없이 최선을 다하는 사회는 야수사회다.

가진 능력보다 잘 못하게 태어났음을 보여주는 증표가 농담이다. 농담은 심각한 말의 자투리이거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간식이 아니다. 그 심각함과 진지함 자체가 ‘별것 아님(!)’이라 선언하는 것이다. 허세가 아니다. 외려 가난할수록, 나이 들수록, 난관에 처했을수록, 다른 꿈을 꿀수록 ‘실’없고 ‘속’없는 농담은 힘이 된다.

농담을 잘하려면 엉뚱하면 된다. 관행과 법칙과 질서에 비켜서면 된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마음에 사이공간이 생긴다. 거기서 놀면 된다. 다른 세상은 농담으로 앞당겨진다. 우리의 목표는 능력이 아니라, 웃음이다. 즉, 모두의 행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회견 말리지 않았나 1.

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회견 말리지 않았나

[사설] ILO의 ‘건폭몰이’ 중단 권고, ‘의장국’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2.

[사설] ILO의 ‘건폭몰이’ 중단 권고, ‘의장국’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파병 북한군, 능소능대와 허허실실을 구현하다 3.

파병 북한군, 능소능대와 허허실실을 구현하다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 4.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

‘지지율 17%’ 최저 경신…실종된 대통령의 위기의식 [사설] 5.

‘지지율 17%’ 최저 경신…실종된 대통령의 위기의식 [사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