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밀양의 새벽 풍경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의 평밭마을 입구에서 한 할머니가 새벽잠에서 깨어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다. 옆 농성장 움막에선 노인들의 가래 끓는 소리와 코 고는 소리가 논두렁 개구리 소리에 묻혀서 아이들의 숨소리처럼 들려온다. 밤은 더 깊어질 수 없도록 어둡다. 날이 밝아오면 경찰들은 가냘프게 그어놓은 밧줄을 무참히 넘어올 것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조그만 의자에 앉아 있던 사진 속 할머니뿐만 아니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모든 노인들은 수천명의 공권력에 이끌려 산에서 내려와야 했다. 국가가 외면한 힘없는 저들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밀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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