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박당하고 눈이 가려진 채 이 철계단을 돌고 돌아 올라가는 동안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피의자들은 방향 감각을 잃게 되고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6년에 완공된 ‘남영동 대공분실’ 중앙의 달팽이 철계단이다. 완공 뒤 ‘해양연구소’란 간판 뒤에 숨어 수많은 애국민주인사들을 잡아가 악독한 고문을 일삼은 것도 모자라 결국 1987년 1월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을 5층 9호 취조실에서 물고문으로 숨지게 했다.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불린 김수근이 유신정권에 부응해 고문과 취조에 가장 최적화된 건물로 헌정한 고문공장이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