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 끝 전봇대 위 어지럽게 뒤엉킨 전깃줄 사이로 휙 하고 검은 물체 하나가 지나간다. 도대체 뭐지 하는 마음에 올려다본다. 곁에 달린 감시카메라(CCTV)도 그 물체에 반응하는지 뛰리릭 돌아간다. 청설모였다. 어쩌다 청설모가 여기까지 왔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이내 사라지고 만다. 그날 이후 사흘을 그곳에서 기다렸다. 왔구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청설모를 쫓아 뛰었다. 골목 사이를 지그재그로 뒤엉킨 전선을 타고 청설모가 달렸다. 산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청설모가 숲에서 오는 길도,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길도, 어지럽고 끊임없이 뒤엉킨 도시의 전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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