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로 지명돼 ‘보은 인사’ 논란에 휘말린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18일 이 지사의 대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정치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고 막말을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된 ‘전문성 유무’를 떠나 공직 후보자로서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한다.
황씨의 막말은 이낙연 캠프의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이 촉발한 측면이 있다. 신 전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씨를 겨냥해 “일본 음식에 대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한국 음식은 그 아류라는 식의 멘트를 많이 했다.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공격했다. 황씨의 전문성이나 자질에 대한 평가를 넘어 ‘친일 프레임’을 씌운 것은 잘못이다. 황씨도 바로 페이스북에 “이낙연이 일본통인 줄 알고 있다, 일본 정치인과의 회합에서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맞받아쳤다. 여기까지는 인격적 모욕에 대한 반격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황씨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청문회 바로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한 것은 도를 한참 넘어선 것이다. 특정 정치인을 지목해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섬뜩한 발언은 여야의 극한 충돌 국면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황씨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선 2018년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이해한다”고 한 발언이 ‘보은 인사’ 논란으로 이어진 것과 관련해 “극렬 문파들은 저와 관련된 모든 곳에 일 주지 말라고 하루에 몇십 통씩 전화해서 일을 방해했다. 사람을 죽이려고 덤비는 악마들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또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 후보자라면 결코 하지 말았어야 할 발언이다.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도 황씨에 대한 지명 철회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황씨는 “네거티브의 희생양이 될 생각이 없다”며 “대통령 할애비가 와도 내 권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결국 인사권자인 이 지사가 결자해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해야 할 여당 경선이 막말 파문에 휩싸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치열한 경쟁이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는 걸 양쪽 캠프 모두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