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예산을 604조4천억원 규모로 짰다고 31일 발표했다. 올해 예산보다 8.3% 늘린 것이다. 증가율이 내년 경상성장률 4.2%를 크게 웃도는 확대 재정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내년에도 남아 있을 것이고, 이른바 K자형 경기 회복이 진행되면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계층과 부문을 지원하려면 이런 예산 편성은 당연하다. 총액 증가율을 보면 정부가 나름 애를 썼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직결된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오히려 이전보다 낮아졌다.
지금 경제 상황을 보면, 성장률 수치는 개선되고 있지만 곳곳에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4.2% 실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7월 취업자 중 일시휴직자가 50만명을 넘는 등 고용 사정은 여전히 코로나 영향권 아래 있다. 7월 초에 시작된 4차 유행이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고 앞날도 불투명하다.
현재 저소득계층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2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5만원으로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2분기의 163만원과 비슷하다. 그나마 공적 이전소득이 49만원에서 59만원으로 늘어난 덕이다. 경기 회복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취약계층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 604조4천억원은 올해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합친 총지출 604조9천억원에 육박한다. 이를 초과하지 않게 하고 증가율도 2020년(9.3%)이나 올해(8.5%)보다 낮추려다 보니 8.3%가 한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떼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7%에 머문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환경 예산을 12.4%, 연구개발(R&D) 예산을 8.8% 늘렸지만, 다른 부문은 크게 늘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8.5%에 그쳤다. 이 부문은 매년 고령화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지난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1.4%였다. 사실상 후퇴한 것이다. 국회가 예산 심사 때 사회안전망 강화와 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이 충분한지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예산이 늘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커지고 있다.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에 50%, 2025년 58.8%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에만 기대고 세제 개편을 통한 재원 확충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앞으로 재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아직까지는 양호하지만, 쓰기는 쉽고 늘리기는 어려운 게 세금이다. 국회가 세법 개정안 심사 때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가고 있는 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배분 방식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