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회장 직을 사퇴하고, 경영권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부당한 인사에 항의하는 직원을 퇴사시키려고 다른 직원에게 온갖 압박을 가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지금 못 견디게 해”,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좀 한계 선상을 걸으라” 따위의 지시가 담겨 있다. 참으로 비열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회사 직원에게 버젓이 그런 일을 시키는 ‘오너 갑질’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은 남양유업이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직원에게 팀장 보직을 박탈하는 등 보복성 인사를 한 데서 비롯됐다. 2002년 남양유업에 입사한 최아무개씨는 팀장으로 일하던 2015년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회사의 부당한 인사 조처에 직면했다고 한다. 회사는 최씨의 책상을 택배실과 탕비실 사이에 배치하고 단순 업무를 시켰다. 최씨가 2017년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내자 이번에는 그를 경기도 고양 물류센터로, 그 뒤 1년도 안 돼 다시 충남 천안 물류창고로 발령을 냈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여성 직원을 쫓아내기 위해 기업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녹취록에 담긴 홍 회장의 발언은 불법은 피하면서 최씨를 괴롭혀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하라는 지시로 볼 수밖에 없다. 야비하기가 짝이 없다.
남양유업은 7일 해명 자료를 내어 “남양유업에서는 여직원은 물론 많은 남직원도 너무나 당연하게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다”며 “육아휴직을 사유로 부당한 대우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녹취된 홍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대화 상대방을 비롯해 녹취 시기 및 앞뒤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없어 해당 내용과 관련된 사안이지 파악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얼버무렸다. 설령 홍 회장이 최씨가 아닌 다른 사람을 두고 한 말이라 해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죄하고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2019년 온라인 카페 등에서 경쟁사 비방 등 그동안 수많은 일탈행위로 물의를 빚었다. 올해 들어서도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의 회삿돈 횡령 의혹, 유산균 음료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과장된 실험 결과 홍보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홍 회장은 회사를 매각한다고 밝혔다가 최근 철회했다. 물러나기로 했던 대주주 일가는 등기이사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오너 적폐 기업’의 대명사가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