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 이 모 중사의 부친이 7일 오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 중사 추모소에서 초동 부실수사 책임자가 한명도 기소되지 않은 국방부의 최종수사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구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상관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다 숨진 공군 이아무개 중사 사건과 관련한 군의 수사가 ‘면죄부 수사’로 끝났다. 국방부 감찰단은 7일 발표한 ‘최종 수사 결과’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15명을 기소하는 등 38명을 문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동 부실수사 책임자와 지휘·감독 라인에 있는 핵심 관계자들은 한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중사 추모소를 찾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유족에게 사과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결국 봐주기 수사로 종결된 것이다.
공군 20비행단 소속 이아무개 중사는 지난 3월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즉각 신고했지만, 군의 ‘뭉개기 수사’와 ‘2차 가해’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건 발생 219일 만에 나온 이번 최종 수사 결과에서 국방부 감찰단은 이 중사 사건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는 물론 군검찰의 지휘·감독 책임자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법무실 지휘부는 한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증거 부족을 사유로 댔다. 기소된 15명 중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도 부실수사가 아닌 허위보고 혐의가 적용됐다.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하고 피해자 구제는커녕 회유와 협박으로 이 중사를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게 됐다. 군 특유의 폐쇄성과 조직 보호 논리 때문에 ‘봐주기·꼬리자르기 수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해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던 군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수사 결과 발표 뒤 “수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국회에 특검 도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중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묻기 위해서는 이제 특검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잇따른 군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군의 저항에 밀려 반쪽짜리가 됐다.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군 사법체계의 전면적 개혁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수사 결과는 딸의 명예와 저희 유가족뿐 아니라 군인을 희망하는 젊은 여성들, 그들의 부모들까지 좌절시키는 것”이라는 이 중사 아버지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