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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종부세 폭탄론’에 부화뇌동하면 대선도 멀어진다

등록 2021-11-21 18:14수정 2021-11-22 11:42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국세청이 22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다. 보유 주택의 가치가 상위 2%에 드는 80여만명만 받게 된다. 98%에 이르는 절대다수 국민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종부세는 온 국민의 관심사일뿐더러, 적잖은 이들이 ‘부자 걱정’에 마음을 보탠다. ‘세금폭탄’이라는 비유가 그만큼 위력이 강한 탓이다. 올해도 종부세 부과를 앞두고 보수 정치권과 언론들이 일제히 ‘폭탄론’을 외쳤다. 고지서가 발송되고 나면 목소리가 한층 거세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집값 폭등과 종부세 세율 상향 조정으로 전체 종부세 세액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따져봐도 올해 종부세는 고가 주택 보유자 상당수에게는 ‘종이호랑이’에 가깝다. 국회가 지난 8월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대상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림에 따라, 실거래가로 15억~16억원인 주택까지 비과세 대상에 들어갔다. 서울에서는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과열지역 중소형 아파트 대부분이 해당된다. 세율 상향으로 명목상 세 부담이 늘었다고 하지만, 1세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노령자 공제나 장기보유 공제로 실제 부담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다주택 보유자들한테서는 공시가격 상승 등에 따라 지난해보다 배 이상 세 부담이 늘어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극소수에 그칠 거라고 부동산 업계는 전망한다. 다주택 보유 가구들이 가족 간 증여로 명의를 분산해 종부세 부담을 줄이는 관행이 이미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인데, 연간 최대(9만1866건)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6만5574건)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고 한다. 이런 실상을 알면서도 ‘종부세 폭탄’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의도가 세금을 줄이는 데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 이맘때면 종부세 폭탄 걱정 없게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위 2%를 98%가 걱정하도록 하는 구도에서는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제대로 반론 한번 펴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조세정의는커녕 부동산 안정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폭탄론’에 부화뇌동하다가는 대선 승리도 그만큼 멀어질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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