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의 온라인 시장 지배력은 상당하다. 그들을 통하지 않고는 상품을 제대로 팔기가 어렵다. 대규모 제조업체까지 좌지우지하는 이들에게 소규모 입점업체들은 ‘을 중의 을’이다. 무리한 거래 조건인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를 악용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른바 ‘갑질’ 횡포를 부리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납품 계약을 앞둔 연말에 ‘죽겠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이달 초, 입점업체의 내년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날 경우 증가율에 따라 납품 총액의 1~3%를 ‘판매 장려금’으로 낼 것을 모든 입점업체에 요구했다. 그러고는 마켓컬리에서만 파는 ‘컬리 온리’ 상품 매출에 대해서는 판매 장려금을 면제해준다고 밝혔다. 입점업체 처지에서는 ‘장려금을 내든가, 아니면 마켓컬리하고만 장사하라’는 얘기로 들릴 것이다. 장려금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마켓컬리에서만 팔기로 했다가 나중에 거래가 끊기면 판로를 잃게 되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쿠팡 등의 ‘최저가 매칭 가격 정책’에도 불만이 쏟아진다. 쿠팡은 2016년부터 11번가나 지마켓 같은 다른 온라인몰에서 판매가격을 낮추면 곧바로 여기에 가격을 맞추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다른 업체가 할인행사를 하면 거기에 맞춰 가격을 낮추는 까닭에 마진이 줄거나 손실을 보게 된다. 쿠팡은 납품업체들에 다른 온라인몰에서는 가격을 올리라고 하고, 광고 구매를 요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손실을 떠넘겨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지난 8월 과징금 33억원을 매기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쿠팡은 판매가격을 다른 쇼핑몰보다 싸게 책정하는 ‘최저가 매칭’을 계속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온라인플랫폼 거래에서 제재 사례가 많지 않아 무엇이 제재 대상인지 판례로 확립된 게 적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쿠팡도 행정소송으로 맞선 상태다. 시장 질서를 효율적으로 바로잡으려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등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하는 사람 열에 여섯이 이제 온라인플랫폼을 쓰지 않고는 장사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시대다. 법안 처리를 내년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길 일은 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