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은 지난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입원환자 수가 2만명을 넘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확진자를 이송하는 중랑구 서울의료원 의료진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병상 부족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지난 22일 ‘일상회복 위기 극복을 위한 병상 확충 계획’을 내놓았다. 1월 말까지 중증환자 병상 1578개를 포함해 6944개의 입원 병상을 추가로 확충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취약한 공공의료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병상을 통째로 비워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전담하도록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지는 일이 잇따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고육책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공공의료에 의지해온 취약계층 의료서비스에 큰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의 ‘공공병원 동원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립대병원의 의료 역량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수도권 지역 공공병원 중 가능한 경우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사립대병원 등 민간병원에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진료에 집중하면서 발생하게 될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당부’했을 뿐이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공공병원의 전면적인 코로나19 환자 병상 전환’을 촉구했다. 공공병원이 마치 ‘화수분’이라도 된 듯하다.
지난 2년 동안 공공병원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말 그대로 고군분투해왔다. 전체 병상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지만, 코로나19 환자의 80% 가까이를 진료했다. 의료진의 ‘번아웃’(탈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공병원 처지에선 정부의 추가 동원령이 ‘마른 수건 쥐어짜기’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공공병원이 노숙자와 쪽방촌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의료 안전망’ 구실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공공병원이 코로나19에 대거 동원되면서 그 안전망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누군가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보건 위기 상황에서 공공·민간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욱이 대형 민간병원들은 규모와 인력, 장비, 시설 등 모든 면에서 공공병원을 압도한다. 그런 의료 자원을 놔둔 채, 취약계층 환자들을 밀어내면서까지 공공병원을 죄다 코로나19 진료에 동원하는 것이 과연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