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오는 설 연휴에 지상파 3사가 열기로 한 이재명-윤석열 양자 TV 토론회 방송을 금지해달라며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서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은 26일 각각 가처분신청 결정문을 내고, “방송 토론회는 국민 일반에 대하여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첫 TV 대선 후보 토론회에 평균 지지율 10%를 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원내 6석 정당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타당한 결정이다. 물론 이번에 준비됐던 양자 토론회는 법정 토론회가 아니어서 주관 방송사가 토론 대상을 정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공재인 지상파를 쓰는 방송사라는 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첫 토론회라는 점, 선거 민심의 최대 각축장이 될 설 연휴에 열린다는 점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게다가 첫 TV 토론회가 양자 토론회로 진행되면 국민들에게 이번 대선 구도를 이재명-윤석열 양자 대결로 인식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중요한 첫 TV 토론회에 지지율 10%를 웃도는 안철수 후보와 원내 6석 정당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참여시키는 것이 공정하다.
이제 방송사와 각 당은 한시바삐 다자 토론 협의에 나서야 한다. 양자 토론회 불허를 핑계로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과도하게 지연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가능하면 애초 예정했던 대로 설 연휴에 다자 토론회를 성사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법원 결정 뒤 방송 3사는 31일 또는 2월3일 4자 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여야 4당에 제안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금이라도 다자 토론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다자 토론도 관계 없다”고 한 만큼, 신속히 일정을 정하기 바란다.
이번 대선이 양강 후보의 사법·가족 리스크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으로 흘러오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물론 후보와 가족의 도덕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근거도 없는 ‘묻지마 공세’가 진영 갈등과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르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갇혀 미래 비전과 민생 정책에 대한 평가라는 대선의 본질적 측면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선은 각 후보가 앞으로 5년 간 어떤 나라와 정부를 만들 것인가를 공개하고 평가받는 자리이다. 국민들은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준비 정도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첫 TV 토론회를 신속히 열고 이후 다양한 형식의 토론회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