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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50억 클럽’ 수사 의지 중요성 보여준 곽상도 구속

등록 2022-02-06 18:23수정 2022-02-07 02:02

대장동 개발 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 등으로 시행사 화천대유로부터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 등으로 시행사 화천대유로부터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편의를 봐주고 시행사 화천대유로부터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두달 남짓 만이다. 당시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는데, 이번에는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데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추가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된 셈이다.

이번에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세금공제 뒤 25억원)을 두고 알선수재와 뇌물 혐의를 동시에 적용했다. 1차 영장 청구 때는 알선수재 혐의만 적용하면서도 구체적인 알선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 뒤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알선 대상을 하나은행으로 특정하고, 50억원이 국회의원의 직무와 연관된 뇌물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또 곽 전 의원이 2016년 4월 총선을 전후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에게서 5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추가했다.

곽 전 의원의 구속은 사필귀정이기는 하지만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그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일반 국민들은 상상하기 힘든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무엇보다 검찰이 일찌감치 입수한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는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두고 두 사람이 고민하다 서너차례 나눠서 줘야 한다고 말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어 있었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곽 전 의원의 구속으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수사의 불씨가 살아났지만, 녹취록에 등장하는 다른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는 여전히 불신을 사고 있다. 화천대유에 5억원을 송금하고 딸이 취직해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분양받는 등 여러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검을 조사한 것이 거의 전부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소환 한번 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들도 곽 전 의원만큼만 수사한다면 ‘검은 거래’의 전모를 밝힐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반면, 지금까지의 수사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제 식구 감싸기’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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