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로 잡혔던 두번째 여야 대선 후보 4자 TV 토론이 무산됐다. 애초 참가 의사를 밝혔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쪽이 5일 열린 실무협상에서 돌연 토론 주최 기관인 한국기자협회와 생중계 주관 방송사인 <JTBC>가 편향적이라고 문제를 삼아 협의를 결렬시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건강을 이유로 토론 날짜를 2~3일 미룰 것도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 놓고 국민의힘은 하루 만인 6일 “11일 토론이 열리면 참여하겠다”고 또 다시 입장을 바꿨다. 토론을 피하려고 생트집을 잡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얄팍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5일 실무협상 결렬 직후 ‘입장’을 내어 “기자협회에서 주최하고 특정 방송사가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는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기자협회가 주관사를 일방적으로 선정하고, 날짜와 진행 방식 등을 정한 상태로 토론회 참석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토론회도 종편 4사가 공동주최하는 형식으로 개최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간의 경위를 살펴보면,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주장이다. 애초 기자협회가 주최 기관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과 8일 토론을 열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지난 4일 뒤늦게 참가하겠다는 답변을 기자협회에 전달했다. 그러고 나서 이튿날 실무협상에 나와서는 난데없이 주최 기관의 편향성을 운운하며 딴죽을 걸었다.
보수언론 기자들도 대부분 가입한 국내 최대 언론인단체인 기자협회를 편향적이라고 폄훼한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JTBC에 대해서도 ‘손석희 사장이 있어 편향적’이라고 주장했는데, 손 사장은 이미 보도총괄에서 물러나 순회특파원으로 외국에 나가 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가 제주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연설을 한 날에 갑자기 건강 문제를 들어 토론 연기를 요구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니 어떻게든 토론을 피하려고 아무 핑계나 갖다대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은 TV 토론을 통해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비교·평가하는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갖기를 바라고 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더는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토론 개최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국민들은 토론 내용뿐 아니라 토론에 응하는 후보의 자세 또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