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겨울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참가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4일 밤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출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56개 민족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함께 옮기는 순서에서 흰색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중국 내 조선족을 대표해서 나온 것인데, 이를 두고 누리꾼들이 ‘동북공정’에 빗대 ‘한복공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 증폭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를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한복은 대한민국의 문화다.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가 아니라 한복이다”라고 했다.
중국은 14억 인구 중 한족 외에 약 1억2천만명 인구의 55개 소수 민족이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들의 고유한 의상을 입고 개막식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조선족 참가자가 한복을 입고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개막식 전 전광판으로 상영된 홍보 영상에도 한복은 물론 김장, 윷놀이, 강강술래 등 조선족의 일상이 담겼다. 한복이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조선족을 소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또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했다고 해서 한복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고유 문화라는 사실이 바뀌지도 않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번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별일 아니라고 넘길 수 없다는 점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고구려와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문화 영역에서도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복 논란이 일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가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됐고 김치의 원조는 중국의 파오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중국의 일방주의가 특히 청년세대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반중정서’를 자극하고 있다는 걸 중국은 알아야 한다. 14년 전인 2008년 베이징여름올림픽 개막식 식전 행사에서 지린성 옌볜가무단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과 장구춤 공연을 했지만 그때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 이번 한복 논란이 최근 커진 반중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의 5일 회동에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논란과 우려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고, 리 상무위원장이 ‘관계 부처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의 관심을 고려하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6일 전했다. 리 상무위원장의 발언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선린관계를 발전시켜나가면서 동시에 역사왜곡 시도에 대해서는 당당히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 불편해질 수 있다고 방치한다면 반중정서가 계속 확산돼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