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과잉 의전’ 등 의혹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오후 ‘공무원 사적 심부름’과 ‘법인카드 유용’ 등 의혹에 대해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김씨는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허리를 굽혔다.
김씨의 직접 사과는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에 나온 것이다. 김씨는 지난 2일 “송구하다”는 뜻을 담은 입장문을 냈지만,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데다 추가 의혹까지 제기되자 직접 사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진솔과 겸허라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지 잘 새겨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피해자”라 부르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번 입장문에서 경기도청 5급 사무관으로 일하며 자신을 보좌한 배아무개씨와 부하 직원인 7급 별정직 공무원 ㄱ씨(제보자) 사이에 벌어진 문제로 치부하면서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ㄱ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처음부터 이렇게 국민과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김씨는 ‘법인카드 유용’ 등 의혹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대신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빈말이 되는 일이 없도록 수사와 감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국민들은 김씨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보여온 부적절한 태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송영길 대표는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준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들이 (김씨와 관련 의혹을) 부적절하게 보고 있지만 그 전에 나왔던 여러 사건에 비교해 볼 때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며 김씨를 두둔하는 데 급급했다. 또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증거 수집을 위해 일을 다닌 것이냐”며 되레 제보자를 공격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런 안이한 판단과 대응이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