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접겠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 제안 1주일 만인 20일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13일 윤 후보에게 ‘국민경선 방식의 여론조사’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1주일 동안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다 일부 언론을 통해 ‘경기지사 대가설’ 등이 나돌자 결렬을 밝힌 것이다. 안 후보는 “시간을 질질 끌면서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뻔한 수법”이라며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애초 “후보 간 담판”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단일화 공세는 안 후보의 양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설령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이런 공세에 대한 역공 성격도 있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안 후보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두 후보만을 놓고 지지 정당 구분 없이 ‘후보 적합도’를 조사하면 안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도 나오는데, 다자대결 구도에서 지지율이 3~4배 높은 윤 후보가 이런 위험을 질 가능성은 애초 크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번 단일화 논의는 처음부터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지도 않고, 시간을 두고 깊은 협의를 나눈 것도 아니며, 선거를 불과 20여일 남겨두고 오로지 정권교체만을 목적으로 한 정치공학적 단일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쟁 후보들이 손을 잡는 것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들이 명분에 동의할 수 있는 단일화여야 한다. 어느 집단이 권력을 잡느냐는 것 외에 지향점이 없는 단일화 논의는 결국 권력 나눠먹기일 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단일화가 이뤄지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훗날 더 큰 분란을 낳을 수 있다.
어쨌든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였던 단일화 이슈가 일단락됐다. 앞으로 두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그건 정말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안 후보는 “저의 단일화 제안으로 혼란을 느끼셨던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각 당은 이제 남은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국민들이 희망을 갖는 대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