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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그분은 대법관’ 대장동 녹취, 검찰 수사 제대로 했나

등록 2022-02-21 18:06수정 2022-02-22 02:31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주요 자료가 됐던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정영학 회계사 대화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가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는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는 김씨가 현직 대법관을 지칭하며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녹취 내용을 보도했다. 이 녹취에서 김씨는 “아무도 모르지. 그래서 그분 따님이 살어. 응? 계속 그렇게 되는 거지. 형(본인을 지칭)이 사는 걸로 하고”라며 이 현직 대법관 자녀의 주거지를 자신이 제공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동안 거론돼온 ‘50억 클럽’ 명단에는 없는 또 다른 대법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인 셈이다. 물론 당사자는 김씨를 알지도 못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태도다. 대장동 사건의 한 축인 정·관·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작정하고 봐주려는 듯 지지부진했다. 이번에 보도된 발언도 내용이 구체적인 만큼 검찰이 반드시 조사했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보도가 나온 뒤 검찰은 ‘조사해보니 실상이 어떻더라’는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해서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만 기소한 뒤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대선 이후에나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진상을 규명하기보다는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소극적 수사를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이 수사 착수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녹취록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지 못함에 따라 녹취록 내용을 둘러싼 불명확한 논란이 대선 국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애초 녹취록에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야권은 ‘그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라며 공세를 펴왔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그분’이라는 표현이 (녹취록에) 한 군데 있지만,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야권의 공세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 내용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발표했다면 근거 없는 ‘그분’ 논란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녹취록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언급된 부분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뒤늦게 이런 내용이 드러나면서 의혹만 키우는 상황이 됐다. 이 역시 검찰이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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