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친러시아 분리주의 독립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시의 한 아파트 건물이 포격을 받은 가운데 불탄 차량이 주변에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려했던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유엔 집계를 보면, 지난 28일까지 공식 확인된 것만 해도 최소한 102명이 숨지는 등 406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루키우 주거지역에는 28일 미사일이 떨어져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최소 9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한다. 수도 키예프에서도 민간인 거주 지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사항전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침공 계획이 차질을 빚자 러시아가 민간인 시설에까지 공격을 확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러시아가 인명 살상력이 커 비인도적이라고 비판받는 무기를 사용했다는 정황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대사는 지난달 28일 “러시아군이 오늘 제네바협약이 사용을 금지한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진공폭탄은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대규모 살상 효과를 일으키는 무기로, 핵폭탄을 제외하고는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군이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 집속탄을 사용해 유치원과 민간인 대피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하나의 폭탄 안에 여러개의 폭탄을 넣어 살상력을 높인 집속탄은 2008년 100여개국이 사용 금지를 약속할 정도로 잔혹한 무기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와 반인류범죄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도 집속탄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는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돼야 할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마저 파괴하는 인류 공동의 적이다. 전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러시아는 민간인에 대한 야비한 공격을 즉각 멈춰야 한다. 나아가 파괴와 살상만 낳는 명분 없는 전쟁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