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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ICBM 발사 시험 중단하고, 한·미는 대화 노력 집중해야

등록 2022-03-11 18:57수정 2022-03-11 21:27

2020년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 한·미는 북한이 최근 이 미사일 발사를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분석해 공개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연합뉴스
2020년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 한·미는 북한이 최근 이 미사일 발사를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분석해 공개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했다는 정보 분석을 11일 동시에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체계와 관련한 성능 시험을 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국가우주개발국과 서해위성발사장을 잇따라 시찰하며 로켓 발사장의 ‘확장 개축’을 지시했다. 북한이 ‘레드 라인’으로 여겨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뜻이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위험이 매우 커졌다.

2020년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7형’은 ‘괴물 ICBM’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긴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탄두를 여러 개 장착해 미사일 방어망을 피할 수 있다. 사거리는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1만3천㎞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실제로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엄중한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면서 북한이 2018년 4월 천명한 핵·ICBM 시험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공식 파기하는 것으로, 한반도는 2017년 같은 위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보수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남북, 북-미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조성돼 동아시아의 긴장과 군비 경쟁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중 패권 경쟁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미·일과 북·중·러가 정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할 것이다. 중·러와 손을 잡은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해도 유엔 안보리의 대응은 어려워지고, 북핵 문제는 지금보다도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외교의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지금이 중요하다. 백악관 관계자는 10일 미국은 여전히 대화에 열려 있으며,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무책임한 행동을 멈추고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핵과 국방력 강화에 매달릴수록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 전망은 악화하는 딜레마를 직시해야 한다. 한국은 정부 교체기에 벌어지고 있는 엄중한 사태에 여야가 힘을 모아 빈틈없는 대응을 해야 한다. 닫혀가고 있는 외교의 창구를 열기 위해 북한을 설득하려면 한·미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대화 노력 또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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