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공직 퇴임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고문으로 재직하며 4년4개월 동안 1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2020년 말까지는 연봉 5억원씩, 그 이후로는 최근 사임하기까지 연봉 3억원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큰 금액이다. 액수 자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건 법률가도 아닌 그가 도대체 김앤장에서 무슨 일을 했기에 막대한 보수를 몇년간 받아왔는가일 것이다.
<에스비에스>(SBS)의 4일 보도를 보면, 한 후보자는 “김앤장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외국의 큰 회사들에 대한민국 기업 환경 등을 설명하고, 투자를 설득하는 일을 변호사들과 같이 했다”고 밝혔다.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가 준 도움 중에는 공직에 있는 옛 부하들에게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대관 로비’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총리 직무 수행과 김앤장에서 해온 일 사이에 이해 충돌의 여지는 없는지도 깊이 따져볼 필요가 커졌다.
이미 한 후보자는 2007년 총리 인사청문회 때도 2002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며 미국 헤지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수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곤 하나 이후에도 같은 모습이 반복된 만큼,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한 일 전반에 대해서 철저한 검증이 불가피해졌다. 공직만이 아니라 김앤장도 ‘회전문’ 식으로 드나든 모습 또한 공직 윤리에 입각한 처신이라 보기는 어렵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5일 국민 눈높이에 일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연륜과 지혜’를 내세웠다. 당선자 쪽이 주장해온 공정과 정의에 맞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적잖을 것이다. 국회는 이 모든 의문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엄밀하게 따지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한 적이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부인했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검증을 회피해선 안 된다. 그는 ‘고액 연봉을 두고 논란이 있다’는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그건 기자님 생각”이라거나 “(청문회 자료를) 만들어서 내면 국회에서 논의를 하면서 기자들이 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런 걸 왜 나한테 묻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오만한 태도다. 성실하게 의혹 해소에 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