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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애인의 날 앞둔 ‘집단 삭발’, 차별의 구조 깨려면

등록 2022-04-19 18:55수정 2022-04-20 02:38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등 500여명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삭발식 및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던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등 500여명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삭발식 및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던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이날이면 장애인의 열악한 인권 현실에 대해 여론이 환기되고는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관심이 뜨겁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이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요구가 큰 사회적 울림으로 증폭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장애인단체들은 여느 해보다 비장하게 이날을 맞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구조가 일회성 관심으로는 결코 깨질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일 청와대 인근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 500여명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단체로 삭발식을 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등에 동료 의원들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삭발에 동참했다. 지난달 경기도 수원에서 어머니가 발달장애 아들을 숨지게 하는 등 해마다 전국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만큼 이들은 사회적 돌봄이 취약한 조건에서 극한의 삶을 살고 있다.

국립재활원 자료를 보면, 2018~2020년 자살로 인한 장애인의 조사망률(전체 인구 대비 1000명당 사망자 비율)은 전체 인구 조사망률보다 해마다 2.2~2.3배 높았다고 한다. ‘구조적 죽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단체들이 말하는 이동권, 돌봄 지원, 권리예산, 나아가 노동권 등은 장애인에 대한 ‘특별대우’가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서 동등한 삶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차별 시정’ 요구다.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수위는 이날 ‘장애와 비장애와의 경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장애인 정책'을 발표했다. 지하철 역사당 1개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이용객이 많은 역사는 2개의 동선 확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2023년부터 시내버스는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하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장애인 권리예산을 법률로 보장하라는 장애인단체의 요구에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전의 장애인 정책들도 예산에 막혀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번 발표가 장밋빛 약속에 그치지 않으려면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한 방침부터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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