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검수완박 입법폭주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26일 검찰의 ‘수사-기소 완전 분리’ 입법과 관련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끝내 파기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공식 합의하고 서명했던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한 데 이어 국민의힘이 결사저지까지 천명하고 나선 것은 명분 없는 반의회적 행위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이 수용하고 있지 않고, 반대가 심하다”며 합의안 파기를 공식화했다. 또 ‘국민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에 가장 비판적인 선거 범죄, 공무원 범죄는 시행 시기와 관련없이 폐지 자체를 원천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이 수사 공백 등 국민의 우려를 반영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부패’, ‘경제’와 함께 ‘선거 범죄’를 한시적으로 존치하는 ‘3+3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론을 수렴한 보완의 여지를 걷어차고, 판 자체를 깨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합의문을 벗어나 새로운 수정안 성격의 조문을 가져왔는데, 이를 고집한다면 민주당이 합의문을 파기하는 것”이라며 합의 파기의 책임을 도리어 민주당에 떠넘기기까지 했다.
이런 태도는 적반하장에 가깝다.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합의를 이룬 직후 국민의힘 쪽은 가장 중요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지켰고, 선거 수사의 경우 경찰에서 대부분 1차 수사를 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당안팎에 설명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가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고 난 뒤 돌변했다. 주말을 넘기며 검찰이 계속해서 반발하고, 강성 보수 지지층의 비판과 우려가 커지자 윤 당선자가 ‘원점 재검토’를 주문하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를 전폭 수용한 것이다.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애초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날 민주당은 정의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여, 선거범죄의 수사권 폐지를 연말까지 유예하는 내용을 포함해 애초 합의안에 바탕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켰다.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과정에서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필리버스터 등 국회법이 정한 절차와 수단을 모두 사용하겠다”며 극단적인 투쟁까지 예고했다. 하지만 합의 파기에 이어 타협안조차 거부하고 강경투쟁에 나서는 것은 집권을 앞둔 정당이 보여야 할 책임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