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상공인·소기업 손실보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8일 소상공인·소기업들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입은 손실을 54조원으로 추계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업체별로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금액은 새 정부 출범 뒤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때 확정하겠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약 35조원을 이미 지원한 것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지원 규모는 2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대선 때 50조원을 지원하겠다며 잔뜩 기대를 부풀려 놓더니 지원 규모를 축소하는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됐다. 첫째는 피해지원금 지급이다. 인수위는 소상공인·소기업 551만개사가 2019년 대비 2020년과 2021년 입은 손실이 영업이익 기준으로 약 54조원에 이른다며, 이를 토대로 개별 업체의 피해 정도와 업종별 피해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손실보상제 강화로 올해 1~2분기 손실보상 보정률과 하한액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셋째는 부실화된 채무의 구조조정 등 금융구조 패키지, 넷째는 세금 납부기한 연장 등 세제·세정 지원이다.
이런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내놓았던 공약에 견주면 한참 미흡한 내용이다. 가장 관심이 높았던 피해지원금과 관련해 인수위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원 액수조차 공개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단 한 줄도 없었다. 그럴 거면서 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내걸고 브리핑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발표는 ‘50조 공약’이 얼마나 과대포장이었는지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애초에 50조 공약은 우리나라 재정과 물가·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졌다. 윤 당선자의 공약을 철석같이 믿고 찍었을 소상공인들은 배신감을 느낄 법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에서 “지원안의 총 규모도 나오지 않은데다 당선인이 공언한 손실보상 소급 적용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1인당) 600만원 이상 일괄 지급을 기대해온 상황에서 차등지급안이 발표돼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소상공인들을 더이상 ‘희망고문’만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지원안을 공개하고 조속히 집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