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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허위 스펙쌓기’가 “재력 따른 교육”이라는 권성동 궤변

등록 2022-05-10 20:18수정 2022-05-11 02:38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허위 스펙 쌓기’ 논란에 대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 빈부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교육을 받는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 사교육업자라면 몰라도, 여당 원내대표가 한 말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국민의 박탈감은 안중에도 없는 발언이다.

권 원내대표는 일반 국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온갖 방법을 동원한 스펙 쌓기를 한낱 ‘교육 기회의 차이’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표현만 세련됐을 뿐이지, 최순실(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가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외국인의 대필, 표절 논란이 계속 추가되고 있는데도 ‘첨삭 지도를 받았을 뿐’이라는 한 후보자의 말을 되풀이하며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두둔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 게 교육이라 하는 궤변이나 다름없다.

권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에도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해외 유학 보내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라면서도 “누구라고 거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정치권에 대한 내부고발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지만, 상대 진영을 끌어들여 ‘물타기’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과 허탈감만 키울 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교육 격차 현상에 대한 대책을 책임 있게 내와야 하는 정치인이 ‘현실을 인정하라’는 식의 인식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몹시 부적절하다. 한 후보자의 ‘가족 찬스’를 이용한 자녀 스펙 쌓기 의혹을 감싸기 위해 정치인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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