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집단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 파업에도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게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6일 나왔다.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 이르지 못했다. 무려 10년이 넘게 진행돼 ‘헌재 최장기 심리 사건’으로 꼽힌 재판의 결과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과거 독재정권 때부터 노동자 탄압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고,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로부터 끊임없이 개선 권고를 받아온 ‘노동 악법’의 고리를 이번에도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쟁의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음에도, 별도의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단순 파업까지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무력화해왔다. 이에 대법원은 2011년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큰 혼란과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다소 진전된 판례를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전격적’ ‘큰 혼란과 손해’ 등의 요건을 사전에 명확히 알 수 없는 만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키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헌재 결정은 여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위헌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은 “단순 파업은 그 본질에 있어 근로계약상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채무불이행과 다를 바 없다”며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노무 제공을 형벌로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2월 국회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인 ‘강제노동 금지 협약’과도 충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등 주요 국가들은 정당성을 결여한 파업일지라도 민사책임을 지울 뿐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막고자 도입한 법에 연원을 두고 있고, 이후 일본에서조차 이 같은 법이 사문화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법 현실의 후진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헌법 해석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헌재가 이런 후진적 현실을 정상화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회 역시 국제 규범과 충돌하는 법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책임 방기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서라도 속히 이 문제를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