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현지시각)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받은 송강호가 칸 ‘팔레 데 페스티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칸/오승훈 기자
28일(현지시각) 폐막한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가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나란히 받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두편이 동시에 상을 받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한국 영화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보편적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유한 표현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치열하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온 두 영화인에게 걸맞은 상이다.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송강호의 수상은 한국 남자 배우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받은 연기상이다. 그는 <브로커>에서 불법 입양 브로커이지만 선의를 가진 인물인 상현 역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냈다. 박찬욱 감독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와 사망자의 아내 사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헤어질 결심>으로 전작인 <올드보이>와 <박쥐>에 이어 칸영화제에서 세번째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 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처음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고,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세계 영화의 변방’에 머물던 한국 영화의 이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곳곳의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찾아보고 공감하고 환호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한국 영화는 불평등처럼 전세계가 고민하는 과제나 가족과 사랑, 외로움 같은 보편적인 소재를 새롭고 섬세하고 정확하게 그려내면서, 세계 영화계에서 고유한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 상을 받은 두편의 한국 영화가 아시아 영화인들과 함께한 작품이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헤어질 결심>은 중국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고, <브로커>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했다. 박 감독도 수상 소감에서 “꼭 한국 영화만이어서가 (의미 있는 게) 아니고,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님 연출로 만들어졌다”며 “예전부터 유럽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부러웠다. 한국이든 어디가 중심이 됐건, 앞으로 범아시아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사람들을 가르는 장벽들을 넘어,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고민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계속 넓혀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