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내부 권력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당내 최다선인 ‘원조 윤핵관’ 정진석 의원이 연일 난타전을 벌이더니, 친윤석열계 의원 모임 ‘민들레’ 발족을 놓고 ‘윤핵관’들끼리도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당권 다툼과 윤핵관 내 파워 게임이 겹쳐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와 정 의원의 공방은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둔 충돌로 보인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공천 개혁’을 제기하자, 정 의원은 지난 6일 이 대표의 “뜬금없는” 우크라이나 방문은 “자기 정치” 아니냐며 포화를 열었다. 역시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혁신위가) 좀 성급한 면이 있다”며 가세했다. 이에 이 대표도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표현을 인용해 날선 반박에 나섰다. 또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 “추태에 가깝다”며 정 의원을 연일 저격했다. 혁신 방향과 내용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들레’ 논란이 불거졌다. 핵심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 등 30여명이 참여해 현안에 따라 대통령실·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정책 정보를 듣는 등의 활동을 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대표는 9일 “당과 정부, 대통령실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는데 사조직을 구성할 상황이 아니고, 국민이 좋게 볼 이유가 없는 모임”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과거 정부 때도 (친이, 친박 같은)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 분열로 이어져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지고 당의 몰락으로 갔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장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인데 ‘당 분열’ 딱지를 붙이고 ‘사조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당 주도권을 놓고 공식 계선 안과 밖의 윤핵관이 맞붙은 모양새다.
정당 내 권력경쟁은 지향점과 가치가 뚜렷해야 하고 방식 또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 치솟는 물가와 화물연대 파업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선거 승리의 전리품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여서야 국민의 차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사조직’ 논란부터 상식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10일 당내 갈등과 관련해 “대통령은 당의 수장도 아니고,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가 당내 친윤 계파 조직의 발족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