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수정·변경 요청권’을 갖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통치’는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다. 7년 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같은 내용의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리당략을 떠나 여야가 진지하게 검토해볼 문제를 ‘싹’부터 자르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소관 행정기관장에게 대통령령(시행령) 및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기관의 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현행법은 국회가 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도록 돼 있는데, 여기에 ‘처리·보고 의무’를 두어 사실상의 강제 조항으로 만드는 셈이다.
이번 개정 움직임엔 윤석열 정부가 쟁점 사안마다 국회를 ‘패싱’한 채 행정입법으로 ‘꼼수 우회’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 대신 시행령을 고쳐 인사혁신처장의 인사검증 권한을 법무부로 넘겨 인사정보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쪽으로 시행령 개정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소야대 국회’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조정과 타협이 필요한 사안들도 국회를 거치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중점 정책 추진에 나서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서 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입법 절차를 우회하다 보면, 법 조항의 취지와 범위를 넘어서는 시행령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자 ‘행정 독주’의 위험이 다분하다.
역대 모든 정부는 국정 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시행령 속도전’을 거듭해왔다. 문재인 정부 역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국정 과제 추진”을 공언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상위법 취지를 벗어나는 시행령 개정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다만 시행령 개정이라는 정부 권한을 국회가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 역시 논란의 여지는 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취지를 고려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이 ‘협치’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