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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구 권력 갈등 격화, 정략적 이용은 안된다

등록 2022-06-19 18:51수정 2022-06-20 02:10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한달여 만에 신구 권력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 결과 번복 및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속도전, 임기제 기관장 거취 압박 등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를 정조준하는 양상이다. 하나하나 민감하고 폭발력 있는 사안이라 여야가 거칠게 맞붙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서로 반발을 증폭시키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나 진실규명을 요원케 할 뿐이다.

가장 뜨거운 이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감사원은 17일 해양경찰청과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2020년 9월 북한군에 사살당한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던 경위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씨의 ‘월북이냐 표류냐’에 대한 과도한 논란이 북한의 반인도적 행위 그리고 국가의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라는 사안의 본질을 흐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안보적 고려와 법의 규정에 맞게 가능한 자료를 공개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로남불을 넘어 북로남불”이라고 한다든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곧바로 겨냥해 공세를 펴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북 첩보 자료를 섣불리 공개할 수 없는 현실은 여당도 잘 알 것이다. “신색깔론”이라고 반발하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진상규명보다 민생이 중요하다’는 식의 태도는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당시의 판단 근거와 상황을 최대한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백운규 전 장관에 이어 청와대 출신 박상혁 민주당 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리면서,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토대로 윗선을 향하고 있다. 정권 초 야권을 향한 유례없는 속도전이 펼쳐지는 반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진척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는 등 임기가 보장된 독립기관의 수장을 노골적으로 ‘나가라’고 하는 것 또한 윤 정부의 “법대로” 기조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 ‘정보공개 청구 항소 사건’ 목록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비서실 특별활동비 등 정보공개 청구건’이 포함돼 있다. 신구 권력의 충돌은 정치권에서는 관심사겠지만,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피로감과 냉소감만 가중시킬 수 있다. 정략적 태도들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음을 여야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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