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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전이 미래산업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환상

등록 2022-06-22 18:10수정 2022-06-23 14:02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원전 협력업체에 올해 925억원, 2025년까지 1조원어치의 일감을 공급하는 내용의 원전산업 지원 방안을 22일 내놓았다. 대규모 일감을 창출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을 조속히 발주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월성 원전 수사에 대한 압박을 정치 참여의 명분으로 삼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탈원전 5년이 바보짓’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며 정책 뒤집기에 나섰다.

탈원전 계획은 여건 변화에 따라 속도를 늦추거나 실행을 미룰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인식과 정부의 움직임은 원전이 미래산업이라는 환상에 뿌리를 두고 적극적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점진적 탈원전’을 표방하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한 일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것 외에는 거의 없다. 전력 생산 비중이 극미한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도 수명 연장이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결 뒤 취한 조처였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탈원전 탓에 원전 업계가 초토화됐다는 무리한 주장을 계속했다. 이날 정부의 지원방안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의지를 앞세워 그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올해 6700억원, 2023~2025년 3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소형모듈원전(SMR)의 국내 독자 모델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2028년까지 399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창원의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전 협력업체들과 한 간담회에서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원전 시장’을 강조하고, ‘원전 최강국’을 비전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야가 좁은 것이요, 국민을 속이는 일에 가깝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한시적 대안으로 원전의 효율적 활용을 고려하는 나라가 있긴 하지만, 원전을 미래산업으로 여기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류가 아직껏 풀지 못한 핵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녹색산업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킨 것도 영구적인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잔파도이지만,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파도다. 원전이 아니라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이야말로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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