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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과로 사회’ 우려 키우는 윤석열표 노동시장 개혁

등록 2022-06-23 18:43수정 2022-06-24 02:40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23일 연장근로시간 정산 기간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통해서다. 연장근로 정산 기간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으로, 재계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장시간 노동의 길만 터주는 꼴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한주간 노동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당사자(노동자와 사용자)가 합의하면 한주에 12시간 한도 안에서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방안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한주’에서 ‘한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달간 쓸 수 있는 연장근로 약 52시간(12시간×4.345주)을 몰아서, 한주에 최대 92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한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야근 지옥’을 ‘예고’한 바 있다. 휴식권 보장을 위해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는데 기존의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 쓰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정식 장관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재계 쪽으로 현저하게 기운 현 정부의 국정 방향에 비춰 보면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노동부는 ‘노사 합의’를 내세우지만,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노동 조건을 정할 수 있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노동부 스스로 알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4%로 다른 선진국과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30명 미만 영세사업장은 0.2%에 그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합의 주체인 ‘근로자대표’를 뽑는 절차도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그만큼 사용자 뜻대로 유연근무제 실시 등 노동 조건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그해 수치가 집계된 회원국 중 세번째로 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7시간)보다 221시간이 많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어렵사리 시행된 제도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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