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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나토행 출국 윤 대통령, 국제정세 무거움 명심해야

등록 2022-06-27 18:43수정 2022-06-28 02:39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함께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함께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출국했다. 한국 대통령이 서방의 대표적 군사동맹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나토가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정상을 초청한 데 따른 것인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의 도전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취임 49일 만에 첫 다자외교 무대에 나선 윤 대통령의 과제가 막중하다.

나토는 이번 회의를 ‘전환기적 정상회의’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안보 위협에 모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전략 개념’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국 등 4개국의 참석은 나토의 활동 범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한다는 명백한 신호로 여겨진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참석이 반중·반러시아 연대 강화와는 관련이 없다며,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나토 회원국들과 경제·인권·기술 등의 분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원전·에너지 세일즈에 나서는 일정을 홍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나토가 유럽의 집단대결 구도를 아시아·태평양에서 재현하려 한다”며 날 선 반응을 보이자, 미국이 “중국은 한국이 무슨 회의에 참여할지에 관한 거부권이 없다”며 설전을 벌일 만큼 국제적으로 이미 민감한 사안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각국의 안보 우려가 커지고 경제 안보가 중시되는 시대에 한국의 외교 과제는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할 현실적 필요가 있지만, 동맹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음도 윤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국내 정치에서 혼선과 엇박자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윤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가 치열한 외교 무대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국제적 역할을 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을 신중하고 준비된 외교가 절실하다.

29일에는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이 4년9개월 만에 개최될 예정이지만, 한-일 정상회담은 결국 열리지 않게 됐다고 한다.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국내 정치의 여파인데, 일본의 미온적 태도가 우려스럽다. 정부도 관계 개선을 서두르기보다는 강제동원 피해 해법 등 한-일 간 민감한 현안을 현명하게 풀 방안을 준비하되 원칙을 훼손하거나 저자세 외교를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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