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생들과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연세대 학생 세명이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지 두달이 지났다. 그사이 학교 당국은 해당 학생들의 지나친 행동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에도 팔짱만 끼고 있다. 교육기관으로서도, 원청 사용자로서도 자격 미달이다. 노동자들과 연대에 나선 수천명의 재학생·동문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시급을 440원 올리고, 정년퇴직자의 결원을 채워주고, 샤워실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한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난 3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연세대를 포함한 13개 대학에 시급을 400~420원 올리도록 권고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시급을 그만큼 올려봐야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데, 원청인 연세대와 용역업체는 200원 인상안을 고집하고 있다.
연세대는 코로나19로 등록금이 동결되고 외국인 학생도 받지 못해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사정을 들고 있다. 시급을 400원 인상하면 4대 보험과 수당 등을 합쳐 10억원이 넘는 추가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연세대의 적립금은 5800억원이나 된다. 설령 적립금 용처가 제한돼 있다 해도, 그 정도 재정력을 가진 대학이 재원 10억원을 확보하는 건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학생 3명의 고소·고발이 우리 사회에 얼마간 충격을 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 당국의 행태는 한층 심하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자’다. 그들의 노동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최소한의 요구조차 외면하는 모습에서 학생들이 보고 배울 것은 없다. 6일 연세대 교정에서 학교 당국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 손에는 ‘피고 연세대’라고 쓴 팻말이 들렸다. 학내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뜻으로 연서명한 학생·동문·시민이 3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연세대가 더는 대학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