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의 파업 47일째인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 명의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파업을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사태를 방관해오던 정부와 여당이 한날 파업노동자들을 공격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주장은 지난해 6월부터 개별 하청업체들에 교섭을 요청했으나 거부된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한달 가까이 폭염으로 들끓는 배 밑바닥의 0.3평 ‘철제 감옥’ 안에 자신을 유폐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수천억원’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만 따라 할 뿐이다.
정부·여당의 파업노동자 때리기에 앞서 이날 <조선일보>는 하청업체들이 ‘눈물의 줄폐업’을 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한겨레>의 보도를 보면, 이들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하청지회 파업 전부터 경영 위기로 ‘폐업’을 예고하거나 4대 보험료가 장기간 밀려 있었다. 하청업체의 경영난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2019년 온갖 편법으로 하청업체에 제조원가보다 낮게 거래대금을 지급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려 153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청업체들에 협상 여력이나 자율성이 없다는 건 업계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우조선해양과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하청업체들에 교섭을 떠밀었다. 교섭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밀려드는 수주를 파업 때문에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는 주장 또한 현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조선소 하청노동은 이주노동자들도 꺼릴 만큼 저임금-중노동으로 악명 높다. 한번 떠난 숙련노동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현재 조선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인 조선업에서 숙련노동자는 산업의 중추다. 2014년 이후 31%나 삭감된 임금을 회복하라는 이들의 요구가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억지가 아닌 이유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 나아가 조선업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는 근본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