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선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재유행이 이어지면서 27일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0만명대로 올라섰다.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4월20일 이후 98일 만이다. 유행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정부는 이날 유증상자 휴가 사용 적극 권고 등을 담은 ‘일상 방역 생활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규제가 아닌 자율에 기반한 ‘국민 참여형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취지다. ‘대유행’을 앞둔 방역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지난 13일 내놓은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과 마찬가지로 공허하기 짝이 없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285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 수도 지난 21일 107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늘어 이날 177명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 2~3주의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늘어난다. 휴가철을 맞아 이동량이 늘면 유행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당분간 확진자 증가 양상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행 확산’을 예견하면서도 내놓은 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죄다 기존에 실시하던 대책을 ‘안내’하거나 방역수칙 준수를 ‘적극 권고’하는 수준이다. 자율을 강조하면서 정작 참여를 끌어낼 만한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의심 증상이 있으면 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지난 11일부터 축소된 재택치료자 생활지원금과 치료비, 중소기업 유급휴가비 지원을 다시 늘리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게 단적인 예다. 정부가 성급하게 임시선별검사소를 대폭 줄이는 통에 검사 역량이 확진자 증가세를 못 쫓아가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미온적이다. 감염이 의심되더라도 증상이 없을 경우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면 비싼 검사비를 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들이 지속되면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이 어려워지고 ‘숨은 감염자’가 늘어나 방역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적 모임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과 같은 일률적인 방역 규제는 유행 통제에는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크다. 따라서 정부 방침대로 규제 없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다. 그러나 충분한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이나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자율 방역’은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자율'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방역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