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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감사원이 ‘국정 지원기관’이라는 황당한 감사원장

등록 2022-07-31 18:02수정 2022-08-01 02:38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저도 귀를 좀 의심케 한다”며 “지금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도 되어 있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감사원의 독립적 역할과 정치적 중립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 결산,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 감찰 등을 수행하도록 헌법에 규정된 기관이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립적 지위를 보장한 것은 정권을 떠나 중립적으로 행정부 감시·견제 역할을 하라는 취지에서다. 이처럼 지극히 상식적인 감사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다른 사람도 아닌 감사원장이 허튼소리를 하니 여야 국회의원들이 놀란 것도 당연하다.

가뜩이나 최근 감사원의 행보를 두고는 현 정권 지원 행태를 노골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은 지난 28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제보가 있어 공직기강 감사를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전현희 위원장은 통상 2~5년 주기인 감사원 정기감사를 지난해 받은 상황에서 이번 감사는 이례적인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에도 나선 상태다. 모두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에 대해 현 정권이 사퇴를 압박하며 거센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 기관들이다. 얼마 전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사퇴한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감사원의 갑작스러운 감사로 조직과 직원이 불이익을 겪을까봐 사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원장은 올 하반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상대로 정기 감사에 착수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정황에 최 원장의 발언을 더해 보면, 감사원이 현 정권의 전임 정부에 대한 공세에 돌격대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짙게 한다. 전임 최재형 원장은 임기 도중 사퇴하고 정치권으로 직행해 감사원의 독립성에 커다란 상처를 줬다. 후임자마저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감사원은 더 이상 독립적 헌법기관이라고 말할 자격조차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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