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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찰 장악’ 논란 경찰국 수장의 ‘수상한’ 과거 행적

등록 2022-08-07 18:04수정 2022-08-08 02:42

1989년 10월18일자 <한겨레> 신문.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은 1989년 8월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서 경찰 경력을 시작했다. 대공수사3부는 8월부터 인천·부천 등지의 노동자들의 정치의식화 작업을 펴왔다는 혐의로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의 수사를 개시했다. 한겨레DB
1989년 10월18일자 <한겨레> 신문.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은 1989년 8월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서 경찰 경력을 시작했다. 대공수사3부는 8월부터 인천·부천 등지의 노동자들의 정치의식화 작업을 펴왔다는 혐의로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의 수사를 개시했다. 한겨레DB

윤석열 정부가 위헌·위법 논란까지 무시한 채 신설을 강행한 행정안전부 경찰국의 첫 책임자가 1980년대 노동운동단체 활동을 중단한 직후 ‘대공 특채’로 경찰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가뜩이나 경찰국이 권력의 ‘경찰 장악’을 위한 도구가 될 거라는 비판이 거센 터에, 하필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의 혹독한 민주주의 탄압과 음습한 공작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을 경찰국장에 임명한 것은 어떤 경위에서건 매우 부적절하다.

<한겨레> 등의 보도를 보면,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은 1989년 8월 경장으로 채용됐다. ‘대공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로 분류된 특채였다. 그 뒤 ‘홍제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 처음 배치돼 1998년 경감 승진 때까지 줄곧 같은 분야에서 일했다. 앞서 그는 1988년 2월 결성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하다가 이듬해 4월께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고는 넉달 만에 자신이 활동해온 분야와 관련된 경찰 업무를 맡은 것이다.

그가 종적을 감춘 시기를 전후해 인노회 회원 15명이 경찰에 줄줄이 구속됐고 조직은 사실상 해체됐다. 1989년 인노회 활동으로 조사를 받은 뒤 고문 후유증으로 1990년 분신한 최동씨가 끌려간 곳도 홍제동 대공분실이었다. 1980년대 그와 함께 활동했던 이들은 이런 전후 사정을 들어 그의 행적을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경찰 ‘프락치’(끄나풀)로 활동하고 대공요원으로 특채된 게 아니냐는 얘기다.

김 국장은 <한겨레>에 “황당한 억측에 불과하다”며 “관련 내용을 수사에 이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인노회 활동가들은 노동운동을 한 게 아니고 주사파운동을 한 것”이라며 “민주화운동으로 미화하거나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7일 열린 ‘최동 열사 32주기’ 행사에서 인노회 사건 관련자들은 “과거의 의문스러운 행적에 대해 낱낱이 소명하고 회원들의 의혹 제기에 진실로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국장은 인노회 활동을 평가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설령 자신이 직접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고문과 불법 연행 등 당시 경찰의 만행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권력의 경찰 장악 논란 한가운데 서 있는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즉각 김 국장의 과거 행적을 철저히 조사해 밝히고, 인사 적절성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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