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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소신 답변’ 일관 윤희근, ‘경찰 중립’ 적임 아니다

등록 2022-08-08 18:07수정 2022-08-09 02:38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등 경찰의 중립성과 관련된 핵심 사안에 소신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지금은 독재 정권을 위해 인권을 유린했던 경찰 역사에 대한 반성으로 도입됐던 새로운 경찰 지휘체계가 다시 3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차대한 국면이다. 신임 경찰청장에게는 이런 역사적 인식과 경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윤 후보자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보아 경찰청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윤 후보자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한 것이 경찰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질의에 “위법성 논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답하거나 “적법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을 드리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민감한 질문마다 이런 모습이 반복됐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소속인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정확하게 소신껏 본인의 의사를 분명하게 해주기를 바란다”는 주의까지 줬겠나. 경찰국 설치 등은 일선 경찰이 격렬히 반발하는데다 여론조사에서도 ‘경찰 조직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경찰 조직을 이끌겠다는 청장 후보자가 원칙도 소신도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격을 의심케 한다.

정부조직법상 치안 사무를 관장하지 않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경비대책회의를 주재한 게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에도 윤 후보자는 즉답을 피하다가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 하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이런저런 깊이 있는 판단을 못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뒤늦게 부적절성을 시인한 셈인데, 이래서는 앞으로 행안부 장관과의 관계를 법과 원칙에 따라 풀어나갈 것이란 믿음을 가질 수 없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이 과거 경찰 ‘프락치’(끄나풀)로 활동하다 특채됐다는 의혹에 이어, 그 채용 과정을 담당했던 인물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거짓 보고서를 쓴 장본인이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부의 경찰 장악과 이로 인한 과거로의 퇴행을 우려하게 만드는 일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인물에게 경찰 총수 자리를 맡기는 것은 국민과 시대의 불행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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