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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국의 이례적 ‘5가지 요구’, 한중관계에 도움 안된다

등록 2022-08-10 18:16수정 2022-08-11 02:39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반도체 ‘칩4’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관계에서 ‘5가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중국 쪽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양국이 상호존중하는 동등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우리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박진 외교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사드 3불’은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쪽에 분명히 밝혔다”고 10일 말했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와 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한다는 ‘사드 3불’은 한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합의라는 중국 쪽 주장에 대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수단이며 우리의 안보주권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회담 다음 날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不) 1한(限)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며,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한다는 의미의 ‘1한’이라는 새로운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 요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사드 문제를 중심으로 한중간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대화(칩4)에서도 이견은 커 보인다. 박 장관은 미국 주도로 한·일·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와 관련해 한국이 특정국을 배제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칩4 내에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한국과 중국이 함께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엇보다 왕이 부장이 이날 외부 영향 배제, 중대 관심사 배려, 내정 불간섭, 공급망 유지, 다자주의 등을 열거하며 한중 관계에서 ‘5가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언급한 것은 우려스럽다. 한국이 미국 편향 외교에서 벗어나 사드, 반도체,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 입장을 존중하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중국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모습은 매우 부적절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중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이뤄진 첫 외교장관 회담이 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달 말로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도전을 맞고 있다.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정교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나갈 한국의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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