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수회마저 ‘김건희 논문 검증’ 회피한 부끄러운 현실

등록 2022-08-21 18:11수정 2022-08-22 02:42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07년 ‘한국디자인포럼’ 17호에 발표한 논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표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07년 ‘한국디자인포럼’ 17호에 발표한 논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표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국민대가 연구부정행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뒤 국민대 교수들이 재검증 필요성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으나 부결됐다. 국민대 교수회는 지난 16~19일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교수회가 자체적으로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검증하자’는 안건에 반대(61.5%, 193명)가 찬성(38.5%, 121명)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국민대 당국의 납득할 수 없는 결론에 교수들마저 동조한 셈이 됐다.

국민대는 지난 1일 김 여사 논문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한 뒤 더욱 큰 비판에 직면했다.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김 여사 박사학위 논문이 자신의 학술논문을 표절했다고 실명으로 공개 비판에 나섰다. 실제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는 구 교수 논문을 여기저기 짜깁기한 정황이 역력하다. 검증 대상이었던 또 다른 논문의 영문 초록은 다른 이가 쓴 논문의 영문 초록을 그대로 베낀 수준이다. 영문 제목에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번역한 논문이 웃음거리가 된 지는 오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지난 5~6일 조사에서는 ‘국민대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64.2%에 이르렀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21.2%에 그쳤다. 그럼에도 표절 행위의 유해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엄격한 잣대를 세워야 할 교수들이 재검증 안건을 기각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국민대는 김 여사 논문 검증 결과에 반발한 졸업생들이 낸 소송에서 ‘연구윤리위원회 예비조사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검증 과정이 떳떳하다면 회의록 제출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번 교수회 투표에서는 ‘학교 본부의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재조사위원회 판정 결과보고서와 회의록 공개를 요청한다’는 안건마저도 부결됐다. 이는 교수들 스스로 검증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부정하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회장은 “우리의 결정이 어느 방향이라도 그것은 교수의 집단 지성의 결과”라고 했는데, 이 말을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제 국민대에서 학문적 양심을 논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지성인으로서의 정직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묻고 싶다. 그 후과는 비단 국민대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것이기에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한 실망과 우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1.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60cm 면도날 철조망’ 세운 경호처…윤석열 오늘은 체포될까 2.

‘60cm 면도날 철조망’ 세운 경호처…윤석열 오늘은 체포될까

[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3.

[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4.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5.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