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들머리에 16일 낮 ‘스토킹 범죄’ 피해자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4일 저녁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을 해오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사건은 충격과 함께 언제까지 이런 비극이 되풀이돼야 하느냐는 절망적인 질문을 던진다. 올해 들어서만도 지난 2월 서울 구로구에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살해당했고, 6월에도 경기 성남과 안산에서 유사한 스토킹 살인이 두건이나 벌어졌다. 7월에는 경북 안동시청 여성 공무원이 또 스토커에게 살해당했다. 그때마다 재발 방지책 강화에 대한 여론의 요구와 당국의 약속이 반복됐지만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또 반복된 것이다.
구로구 사건 때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반려하는 바람에 살인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이러한 문제점은 반복됐다. 수백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스토킹을 하고 불법촬영을 한 뒤 유포 협박까지 한 가해자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그 뒤 피해자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가 고소했지만, 경찰은 아예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경찰·검찰·법원의 들쭉날쭉한 판단이 스토킹 범죄 대응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제도·관행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2차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구속 기준을 시급히 재정립해야 한다.
지난해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의 미비점도 보완해야 한다. 법무부는 16일 여성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비판받아온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고, 사건 초기 잠정조치로 가해자 위치추적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른 신변안전 조처를 스토킹 피해자에게 적용할 필요도 있다. 인권침해가 이뤄지지 않는 한도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철저히 분리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경각심이 필요하다. 스토킹은 강력 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 범죄다. 초기부터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하고, 그래야 2차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 누군가 목숨을 잃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져야만 반짝 관심을 갖는 식으로는 비극의 재연을 막을 수 없다. 제도의 허점도 꾸준히 보완하고 수사기관의 적극적 대처가 일상화돼야만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방어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