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7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생과 북핵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지만, 정치는 전혀 제구실을 못 하며 뒷걸음질하고 있다. 국정감사는 첫주 내내 거친 언사와 욕설, 충돌로 얼룩지며 파행을 겪지 않은 상임위가 드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한-일 군사협력 확대라는 논쟁적 사안의 본질은 가린 채 국민의 정치혐오만 부추겼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괜찮을 만큼 나라 안팎의 상황이 여유로운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은 애초 기대와 달리 낯부끄러운 막말 경연장으로 전락했다. “혀 깨물고 죽지”라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버르장머리 없다”, “개나 줘버려라”, “뻘짓거리 하다가 사고당해 죽었다” 등등 싸움판에서나 들릴 법한 말들이 난무했다. 상대방 말꼬리 잡기는 기본이고 폭언도 예삿일이 돼버려, 얼마 전 큰 문제가 됐던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이 가벼워 보일 정도다. 국감이 늘 그랬다지만, 이번에는 시작부터 극단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국민을 진저리 치게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 나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소모적 공방만 가열시켰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한·미·일 동해 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극단적인 친일 행위, 극단적인 친일 국방”이라고 거칠게 공박했다. 3국 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도 실시되던 것이어서 이 대표의 비판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 등 현안은 제쳐둔 채 군사 협력에만 속도를 내는 것은 응당 지적할 만한 일이지만, 이 대표처럼 극단적인 언사를 동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죽창가의 변주곡이자 반미투쟁으로 가는 전주곡”이라는 여당의 원색적인 매도는 매우 정략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한-일 군사협력 확대에 대한 경계라는 사안의 본질은 흐려지고 말았다. 이 대표는 10일에도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릴 수도 있다”며 지난 7일 발언을 이어갔는데,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 실종은 정치 혐오로 이어지고 결국은 국민의 손해로 귀결된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신 3고’ 위기는 갈수록 끝이 보이지 않고, 북한은 저수지에서까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대화는 필요 없다”고 외치는 상황이다. 한결같이 정치가 해법을 찾아야 할 사안들이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벌써 한달이 훌쩍 넘었다. 여야 모두 늦기 전에 협치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앞장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